God.Help.the.Girl.2014.LIMITED.720p.BluRay.x264-USURY

수입/배급 : 찬란

 

닉 드레이크에 대해서도
할 얘기가 있어요

 

세상에 없다는 사실이
그를 전설의 인물로 만들었죠

 

만약 지금
토크쇼에 나온다면요

 

미스터리한 죽음은
새 음반 얘기에 쏙 들어가겠죠

 

지당하신 말씀이에요

 

- 시대가 변해도 그대로죠
- 그렇고 말고요

 

- 시간이 완전히 비껴갔어요
- 이언 커티스처럼요

 

- 앨범 2개만 남겼잖아요
- 그렇죠

 

그 당시 밴드도
모르던 사람이

 

'조이 디비전' 아냐고
묻더군요

 

질릴 정도로 들었지만
여전히 신비로워요

 

우리가 아직 살아있는 게
살짝 민망하네요

 

- 무슨 소리죠?
- 별소리 아니에요

 

핀들레이와 도노반이었고요
'절뚝이는 생쥐' 노래 갑니다

 

우리 방송 애청자라면
이 밴드 좋아하는 거 아시죠?

 

내일 글래스고 공연이
정말 기대돼요

 

게스트로 출연하는
다른 밴드도 많이 있어요

 

지겨워
죽을 것 같아

 

신경 쓰기조차
싫어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걸음을 내디딜 거야

 

병실에 갇힌 내게

 

조금씩
주어지는 자유

 


한 번에 다 누리고파

 

갓 헬프 더 걸
한 번에 다 누리고파

 

갓 헬프 더 걸

 

울타리를 뛰어넘어

 

버스와 기차에
올라타

 

똑똑한 척
신문도 사들고

 

누가 물을까
얘기를 지어내지

 

세미나에 가요

 

난 천재예요

 

난 똑똑해요

 

수학과 과학은
끝내줘요

 

상도 받죠

 

나이가 들면
혼자 힘으로 일어서야 해

 

갇혀있는 건
견딜 수 없어

 

세상은 다 그런걸

 

학교에선 알 수 없던
많은 것들

 

내 삶을 바꾼 건
트랜지스터 라디오

 

부모님이 다투는 밤엔
라디오를 켜

 

헤드폰을 끼고

 

주파수를 돌리고

 

빠져들어가

 

내 모습을 노래하는
소녀들

 

세상 밖으로 나간 소녀들은
이제 라디오에 없네

 

원한다면 찾아봐

 

눈 속을 들여다봐

 

다른 길은 없지

 

목소리에 숨겨진
진짜 모습을 찾아봐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절뚝이는 생쥐'입니다

 

여러분께 바칩니다
하나, 둘, 셋, 넷

 

우리는
'스코틀랜드 왕 제임스 6세'예요

 

그냥 붙여봤어요

 

좋은 이름 있으면
말해주세요

 

거시기!

 

그만 좀 시작하지

 

좋아요

 

시작해

 

안톤 나와라
너 말고 안톤!

 

어느 멋진 날
이곳을 떠날 거야

 

사슴처럼 달려서
물고기처럼 헤엄쳐서

 

난 질렸어
너도 질렸어

 

끝이라고 말할 때
눈이라도 마주쳐줄래

 

연주만 받쳐주면
꽤 좋은 노래예요

 

엉망진창 드럼뿐이라
그렇지

 

붙어라! 싸워라!

 

짜증 나는 자식
밴드는 꿈도 꾸지 마

 

괜찮니?

 

아까 싸웠던 애구나

 

기타가 망가졌어

 

안 좋아 보이네

 

잘 잤어?

 

숨은 쉬나
살아는 있나 보러왔어

 

근데 누구라고?

 

제임스
기타 쳤던 애

 

따로 알바해?
아니면 기타로 돈 벌어?

 

대학교 수영장에서
안전요원으로 일해

 

안전요원이구나

 

늘 사람을 구하겠네

 

고리를 잡고
천천히 뒤로 헤엄치세요

 

이제 안전해요

 

그럴 일이 생기면

 

나 다음에 내려

 

고마웠어
안전요원

 

너 찾아낼 수 있겠다

 

이브니?
이브 카마이클

 

이브, 기다려
이리 와

 

1인실로 보내요

 

- 지금 있는 곳도 좋아요
- 진작 좋아하지 그랬니

 

경찰이 널
찾으러 다녔어

 

괜히 시간만
낭비했잖아

 

도로아미타불이
됐구나

 

1인실 준비됐으니까
거기서 지내라

 

면회 금지고

 

전화기랑 책도
압수야

 

간호사들이 항상
지켜볼 거다

 

잘 잤니?

 

일어나

 

올라가 볼래?

 

좋아

 

이게 네 삶이란다

 

맨 아래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올라가는 거야

 

먹거나 자는 것처럼
기본적인 것도 안 하면

 

아무 데도
못 간단다

 

그런 걸 해야
다음 단계로 올라가

 

가족이랑 친구도 만들고
그럭저럭 돈도 벌지

 

남자친구도 만나고
행복하게 사는 거야

 

그럼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갈 수 있어

 

예술이나 도덕

 

음악이 있는 곳이지

 

무너지려고 할 때
널 잡아줄 거야

 

위에서부터
시작하려들거나

 

도움도 안 받으면
피라미드는 다 무너져버려

 

간단한 거군요

 

그렇단다

 

괜찮아

 

위가 작아져서
식사가 부담됐던 거야

 

하루 종일 울었는데
너무 한심했어요

 

나쁜 증상이 아니라

 

과정이란다

 

2주 전엔
먹지도 못했잖니

 

지금은 먹기도 하고
몸이 돌아오고 있잖아

 

감각이 돌아온다는 건
좋은 일이야

 

나쁜 감각만 느끼게 되면
어쩌죠?

 

그건 힘들지

 

느끼는 걸
글로 적어보는 건 어때?

 

기분은 어떠니?

 

괜찮아요

 

지금 꼭 해야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언젠간 그러겠지

 

자, 다 됐다

 

바람이 불어오면
가을의 나무를 좋아하네

 

여름의 나무를

 

겨울의 나무를

 

방안에 갇힌 채
가을의 너를 떠올리네

 

다시 볼 수 없을까
마음이 아파

 

가을의 노래를 부르는
아름다운 너의 모습

 

겨울의 노래를

 

여름의 노래를

 

고개를 숙인
아름다운 너의 모습

 

사랑스러운 너의 숨결

 

사랑스러운 너의 눈빛

 

마지막으로 기분 좋았던 때가
언제였니?

 

모르겠어요

 

집 떠난 후로는

 

다 엉망이었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땐
뭘 좋아했어?

 

책 읽기요

 

혼자 노는 걸
좋아했어요

 

영화도 보고
변장도 했죠

 

먹어야 한다는 것도
어떻게 먹는지도 알아요

 

그동안은 못했지만
몸도 잘 보살필게요

 

갓 헬프 더 걸

 

도와줄 테니
음악학교에 지원해보렴

 

나중에요, 지금은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여기 오기 전엔
완전히 엉망이었잖니

 

이젠 달라져야지

 

내 생각엔
천천히 시작하는 게 좋겠다

 

약도 조금씩
줄일 거야

 

얼마나 걸릴까요?

 

- 글래스고는 정말 좋았어요
- 끝내줬죠

 

계속해서 히트곡을 내는
'키싱 레드 존'과

 

'절뚝이는 생쥐'가
주말에 공연합니다

 

다들 손꼽아
기다리겠죠

 

글래스고 여성 정신병원 축구팀

 

다들 엄청 쫄았네

 

우린 미친 애들이니까
안 쫄아도 돼

 

쟤들은 정상이잖아
감도 못 잡고 있을 거야

 

예쁘긴 하지만
그래 봤자 우리한텐 안 돼

 

정신병원, 파이팅!

 

심판, 뭐해요?

 

정확하게 거기예요

 

괜찮니?

 

그만할래요

 

이브

 

어디 있니?

 

맞는 말씀이죠

 

'롤링 스톤즈'가 지금도
건재하긴 하지만

 

멤버가 한 명
죽었잖아요

 

한창 활동하던 때 일이라
전설이 됐죠

 

'레드 제플린' 같아요

 

멤버를 한 명 잃어야

 

로큰롤 거장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걸까요?

 

물 좋네

 

깜짝이야
기절할 뻔했잖아

 

이브

 

분부만 내리십시오

 

내가
찾아낼 거랬잖아

 

좋아 보이네

 

타이츠
마음에 든다

 

수영 좀
할 수 있을까요?

 

그럼

 

해도 되는데

 

길게는 못 해
중앙 불도 꺼둬야 하고

 

수영복 빌려줄래?

 

사무실에 있을 거야

 

여긴 무슨 일이야?

 

대학생들이랑
축구했어

 

어떻게 지냈어?

 

나름 잘 지냈지

 

노래도 만들고
글도 좀 썼어

 

- 가방이 엄청 크다
- 떠돌아다니는 중이거든

 

우리 아파트에
방 있어

 

방 비슷한 건데
공짜야

 

- 방 비슷하다고?
- 응

 

같이 쓰는 건 아닌데
좀 답답해

 

그건 상관 없어

 

너만 괜찮다면
물어볼게

 

좋아

 

정말이지?
알았어

 

내 방이 좋아
점점 편히 잠이 드네

 

뜬눈으로 지새우는
밤도 좋아

 

한밤에 지저귀는 새

 

새들의 이야기

 

내 몸을 감싸는 새벽

 

의미 없는 약속만 내뱉는
남자들과는 달라

 

조셉 케이 초기 앨범이나
'아즈텍 카메라' 같아요

 

'더 파스텔스' 느낌도
나요

 

- 딱 인디 밴드 스타일이요?
- 맞아요

 

아노락점퍼 입은 거며
감자칩 같은 머리까지

 

전 '아즈텍 카메라' 리더처럼
입었던 적도 있어요

 

- 서른 살까지 여자친구 없었죠?
- 그래서였나봐요

 

있잖아, 안녕

 

오늘 라이브 연주하지?

 

맞아

 

밴드 이름이 뭐야?

 

'절뚝이는 생쥐'

 

들어본 적 있어

 

핀들레이나 도노반한테
전해줄 수 있어?

 

그럴게

 

정말 중요한 거야
꼭 전해줘야 해

 

만나자마자 줄게

 

좋아

 

우리
만난 적 있던가?

 

- 아니, 없어
- 만났으면 기억했겠지

 

난 안톤이야
며칠 후 볼링클럽에서 공연해

 

보고 싶으면
초대해줄게

 

- 좋지, 가도록 해볼게
- 알았어

 

그 테이프 꼭
전해줘

 

- 잊어버리면 안 돼
- 알았어

 

반가웠다

 

쟤 끝내준다

 

안톤 때문에
우린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걸

 

저 녀석을
그냥 지나칠 리가 없지

 

인생은 괴로운 거야

 

그래도 좋잖아

 

왔구나

 

잠깐 멀리 다녀왔어

 

내가 좀 튀는 거 같으면
얘기해줘

 

난 튀는 거 좋아해

 

너한테서 가장 이상한 점을
끄집어내서 부풀려봐

 

- 손이 차가워?
- 아니

 

만져보면
얼음장처럼 차가울걸

 

내 손은 괜찮아

 

거봐, 차갑잖아

 

난 손이 차가워지면
바로 아파

 

몸이 좀 저질이거든

 

- 기타는 언제 배웠어?
- 그냥 맨날 쳤어

 

보여줘봐

 

25세가 다 되었는데
나잇값 좀 하렴

 

어릴 때
이야기를 해주렴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니
다정한 미소가 필요하니

 

자리를 잡으렴
숨은 편히 쉬니

 

기분은 좀 괜찮니

 

진정은 됐는지
편안한지

 

심장은 두근대는지
마음도 두근대는지

 

소파에 누우렴

 

편안하게
느껴질 거란다

 

안경을 벗고
두려움도 벗으렴

 

30파운드만 내면
네 얘기를 들어줄게

 

창문을 닫고
은밀하고 친밀하게 얘기해

 

괜찮지 않니

 

나도 비슷한 일을
거쳐왔지

 

저글링도 못하고
바느질도 못하지

 

그래도 네게 귀 기울이고
얘기해줄 거야

 

어릴 때
난 대단했지

 

춤을 배우러 갔지만
배울 필요도 없었지

 

하지만 괴짜가 되었어

 

기대가 넘치면
실망도 크단다

 

나락으로 떨어졌어

 

정신차려보니
다른 사람이 되었네

 

내 말을 잘 들어야 한단다

 

난 믿을 수 있단다

 

꿈만 꾸는 너

 

그런 네가
내 길을 안내하네

 

사람들 앞에서
노래 자주 불러?

 

한 번도 안 해봤어

 

네가 처음이야

 

- 정말 잘한다
- 고마워

 

여자애한테
기타 가르치는데

 

담에 같이 가자

 

내가 뭘 하면
되는데?

 

네 노래를
연주하면 좋겠어

 

곡 쓰는 걸
가르쳐도 되고

 

곡을 쓰고 싶어하는데
방법을 잘 모르거든

 

내 보조인 척만
하면 돼

 

- 짐 들고 따라다니면서?
- 바로 그거야

 

가끔은 어떻게 보이느냐가
중요할 때도 있어

 

제임스, 왔구나

 

캐시, 여긴 이브야

 

내가 좀
끼어들어도 될까?

 

글쎄

 

도레미만
치게 할 거야?

 

- 아니
- 그럼 좋아

 

뭐해보고 싶어?

 

레슨 시작할 때는
곡을 쓸 줄 알았어

 

악기부터 배워야
곡을 쓰지

 

원하는 코드만 알아도
될 것 같은데

 

근데 그걸
어떻게 알아?

 

그냥
바로 써보자

 

좋아

 

노래는 그렇게
막 나오는 게 아니야

 

캐시
오늘 뭐했어?

 

아침에 침대에서부터
뭘 했나 얘기해줘

 

일찍 일어나려고 했는데
역시나 꼴찌였어

 

꼴찌니까 식탁 정리를 했는데
먹을 건 하나도 안 남겼더라

 

그 다음에는?

 

샤워하고 옷 입고

 

캡틴이 울길래 밖에 데려갔지
강아지 이름이야

 

울타리를 기어올라서
공원에 갔어

 

거기에선
별일 없었어?

 

캡틴이 좀
이상했어

 

허브 정원으로 막 달려가더니
미친 듯이 땅을 파는 거야

 

침대에서 나와
모험하러 여기 왔지

 

돌을 밟고
여기 왔지

 

신발을 벗어던지니
강아지가 내게 왔어

 

행복하게
살랑이는 꼬리

 

강아지가 말을 한다면
참 좋을 텐데

 

그저
돌아서 달릴 뿐

 

싸구려 수정구슬을
빌려

 

내 미래를 볼 거야

 

침대가 날
밖으로 밀어낼 때

 

총알처럼 벌떡
일어났어

 

옷을 입고
아침을 먹으러 내려가

 

푸른 하늘과 태양
푸른 나뭇잎

 

네가 말을 한다면
참 좋을 텐데

 

그저 앉아서
내버려둘 뿐

 

하루가 저물면
네가 본 걸 말해주렴

 

하루가
저물어갈 때면

 

네가 본 걸
말해주렴

 

직접 해보니까
짱이다

 

책에서 읽은
'로미오와 줄리엣'보다

 

노래가 훨씬
좋은 것처럼

 

맞아, 그 노래 만든 사람
진짜 신이야

 

다른 곡도
좋은 게 있어?

 

한두 개 정도?

 

근데
어떻게 신이야?

 

훌륭한 노래
한 곡이면 되는 거야

 

사람들 가슴에 영원히 남는
노래 하나면

 

신이 되는 거지

 

그런 거면 쉽네

 

쉽기는

 

그런 노래 만들려다
골방에서 썩기 십상이야

 

그건 어떻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음악의 신이
결정하는 거야

 

아니면 자기가
음악과 관련된 신이거나

 

그래서 히트곡을 만든 사람을
신처럼 여기는 거야

 

신의 목소리를
전한 거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래도 꽤
좋은 얘기네

 

번뱅크 볼링클럽

 

잠깐만

 

- 왔구나
- 방금 왔어

 

공연을 놓쳤네
미안

 

공장에서 일하다 왔어?

 

식당에서 일했어

 

뭐하는 거야?

 

좋은 생각이 있어

 

따라와봐

 

여긴 어디야?

 

가끔 일하는 데

 

네가 주인이야?

 

아니, 하지만
좋은 게 어딨는진 알아

 

입을 만한 걸
골라줄게

 

정말?

 

당연하지
좀 둘러봐

 

그건 안 어울려

 

그것도 좀 아니다

 

그거 한 번 입어봐

 

몸매를 안 살려주네

 

가슴이 우아하신데

 

이건 감자나 담는 자루 같아서
안 되겠어요

 

좋아

 

앞으로 걸어가봐
이제 왼쪽으로

 

앞으로 직진

 

오른쪽이야

 

거의 다 왔어

 

좀만 더

 

빙고!

 

입어봐

 

내 테이프 전해줬어?

 

응, 나중에
들어보겠대

 

그게 다야?

 

요즘은 테이프로 받는 일이
별로 없다더라

 

짜잔

 

제임스

 

제임스

 

뭐야?

 

- 무슨 일인데?
- 악몽을 꿨어

 

여기 잠깐 있어도 돼?

 

그럼, 당연하지

 

왜?

 

문밖으로 물이 흘러

 

알았어

 

너 괜찮은 거야?

 

괜찮아

 

산책 좀 할까 하는데
너도 갈래?

 

그냥 있을래

 

욕조 안의 그대여
몸을 씻어줄까요

 

몸을 닦아줄까요

 

그대의 근심을 말해요
다 씻어줄게요

 

힘겨운 고민도
씻어줄게요

 

다정하게 말려주고
부드럽게 옷을 입혀줄게요

 

선 채로 잠이 든 그대여
맨얼굴이 좋아요

 

잠잘 땐 찡그린
예쁜 얼굴이죠

 

내 옷을 입을 때
제일 좋아요

 

내 옷이지만
그대에게 잘 어울리죠

 

온종일 사람들은
그대에게 빠져들죠

 

노동자, 게으름뱅이
경영자, 스파이까지

 

한 줄기 빛처럼 나타난
긴 다리의 소녀

 

그대의 매력적인 눈빛에
남자들은 넋을 잃죠

 

왈츠를 추며
우아하게 일을 해요

 

그대의 이야기를
편지에 담아요

 

그대를
귀찮게 하는

 

도시의 이야기를
담아요

 

위층의
시끄러운 소리에

 

도시가 젖어들면

 

그녀는 무엇을 할까요

 

우체통처럼 말이 없고

 

햇살처럼 투명해요

 

남자가 줄을 서고
말썽도 줄을 서죠

 

- 모두 받아들여요
- 모든 걸 받아들여요

 

그대를 향한
사랑의 파도를 타요

 

눈빛 속에 숨겨진
욕망의 불꽃을 봐요

 

욕조 안의 그대여
몸을 씻어줄까요

 

몸을 씻어줄까요

 

몸을 씻어줄게요

 

왜 여기서
보자고 했어?

 

천식이 있거든

 

누군가를 기다릴 때는
이런 데가 좋아

 

동남아 열대 느낌

 

무슨 일 있어?

 

망할 핀들레이랑 도노반이
소식이 없어

 

그 라디오 DJ들?

 

연락 올 줄 알았어?

 

그러길 바랐지

 

그런 사람들이
들어나 보겠어?

 

구닥다리 테이프 말고
듣기 편하게 만들었어야지

 

이상한 애라고
들어보지도 않을 거야

 

뭔가 쓰려면
얘깃거리가 필요하잖아

 

널 위한
네 얘기를 써

 

너한테 일어나는
일 말야

 

오늘 재미있을 거라고
했던 거 같은데

 

지금부터 시작이야

 

맙소사, 보이기는 해?

 

안경 좀 씌워줄래?

 

고마워

 

의원이 되고 싶어

 

- 결혼 상담원 같은 거?
- 아니, 시의원

 

- 어떻게 되는 건데?
- 사람들이 뽑아줘야지

 

아무도 투표 안 할걸

 

넌 너무

 

여성스러워

 

예전에 학교에서
캐럴이란 친구랑 어울렸어

 

그네도 타고
남자친구도 만났지

 

- 몇 살 때?
- 13살

 

꽤 조숙했구나

 

동상 밑에서 키스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게 좋았어

 

이렇게
늦은 시간이 좋아

 

새벽 같은 느낌이야

 

새들은 이미 잘 시간인데
왜 저렇게 시끄러워

 

잘 생각도 안 하나봐

 

이맘때면
발정기 아닌가?

 

디스코 타임인가
보지

 

그럴 리 없어
새들은 디스코 안 좋아해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꼬마
조류학자였거든

 

캐시

 

캐시!

 

캐시!

 

뭐하는 거야?

 

우리 당일치기 여행 갈 건데
같이 가자

 

빨리 옷 갈아입어

 

좋아

 

캐시

 

그냥 현관으로 나와

 

- 여긴 또 어디야?
- 대학교 건물

 

장난이지?

 

이걸 탄다고?
어떻게 탈 건데?

 

노를 저어야지

 

- 어디 가는 거야?
- 저쪽으로

 

저쪽이 어딘데?
전국을 누빌 생각이야?

 

카누가
우리 자동차네

 

에든버러에 갈 수도 있고
바다로 갈 수도 있어

 

저 앞에서
길이 갈라져

 

그리고 이건 카약이지
카누가 아니야

 

어렸을 때
카누라고 불렀어

 

여긴
스코틀랜드라고

 

호주는 날씨도 좋은데
왜 여기로 왔어?

 

그게...

 

고등학교 졸업하고
밴드 하는 남자애를 만났어

 

- 왜?
- 빠순이였겠지

 

얜 신경 쓰지마
어떻게 생겼는데?

 

- 꽤 잘생겼어
- 호주 애야?

 

호주 애였는데
밴드랑 여기로 왔어

 

걜 쫓아온 셈이지

 

- 잘 모르겠어
- 넌 왜 밴드 안 했어?

 

그땐
음악 안 했거든

 

남자 때문에
산 넘고 바다를 건너셨군

 

뭔가 이상하다

 

- 집에 가고 싶어?
- 좋은 쪽으로 이상하다고

 

탈출한 기분이 드는 게
톰 소여처럼 말야

 

우리도 책에서처럼
죽은 척해야지

 

거기 잠깐만

 

금발머리, 나 너 알아
사립학교 다니지?

 

내 친구랑
한번 할래?

 

무슨 얘긴지 모르겠는데
뭘 하고 싶다고?

 

얘랑 할래?
같이 잘 거냐고

 

제임스, 저어!

 

딱 잉글랜드 여자애네
마음에 들어

 

엄청 밝힐걸

 

저런 질 나쁜 애들이
이 동네 특징이지

 

뭔 소리야?

 

여긴
찌질이 도시라고

 

빅토리아 풍이래 봤자
찌질이들 투성이야

 

빅토리아 시대엔
어땠는데?

 

도시를 세우고
노동력도 넘쳐났어

 

돈에 쓸려
다 사라졌지만

 

여기 사람 반 이상은
나보다 여길 모를걸

 

- 뭐라고?
- 정말이야

 

이 지역 역사를
공부했다고

 

- 진짜라니까
- 제임스

 

- 넌 잉글랜드 사람이잖아
- 아니야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나서
얼마나 살았는데?

 

여기서 태어나
6개월 후에 이사 갔어

 

그건 안 쳐줘

 

지금 술집 가서
떠들어보시지

 

'난 스코틀랜드 사람입니다'
얼굴에 주먹 날아온다

 

- 보나마나야
- 그럴 리 없어

 

그럼 나도
때리지 뭐

 

우리 지금
완전 밴드 같아

 

왜 그렇게 생각해?

 

딱 밴드가 하는 거잖아

 

이게 '밴드 짓'이지

 

여행 가고
카누 타고

 

카약이던가?

 

네 생각은 어때?

 

세 명이 노 저은 거
그게 다지 뭐

 

그럼 밴드는
어떻게 만들어?

 

우리가 밴드를 만드는 게 아니라
밴드가 우릴 만드는 거야

 

불쑥 나타나면
푹 빠지는 거라고

 

끝내주는 음반들은
이미 다 나왔을지도 몰라

 

그게 무슨 말이겠어?

 

1969년부터 팝은
죽어가고 있지

 

뭔 소린지 알겠어?

 

모르겠지만
꽤나 처량하다

 

난 이브랑
밴드 할 거야

 

너도 같이 하든가
가서 서글픈 얘기나 떠들든가

 

피시앤칩스 포장판매

 

고맙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여자랑 여행하는 게
너한텐 별일 아닌가봐

 

지금까지는 별일이야

 

못 믿겠어

 

넌 엉큼한 구석이 있어

 

좋은 점이지

 

도와줘서 고마워

 

그리고

 

- 너도 고마워
- 내가 뭘 했는데?

 

나도 몰라

 

꽉 잡아

 

꽉잡아라
부하들이여!

 

선장이랍시고 소리 질러대면
빠트려버릴 거야

 

제임스, 진정하게나

 

와인을 너무 마셨어

 

그런 것 같더라

 

지금도
톰 소여 같아?

 

그래

 

좀 그렇네

 

술 취한 톰 소여!

 

캐시 브라우닝 박사입니다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우리가 어떤 음악을
하면 좋을까?

 

잘 모르겠는데

 

꼭 생각해야 하나?
그냥 하는 거 아냐?

 

대부분 그렇긴 하지만

 

우리 음악이
어떤 색깔인지에 달렸지

 

셋만 했으면
좋겠어?

 

응, 많으면
감당 안 될 거 같아

 

드럼은 필요 없어?

 

베이스는?

 

방해만 될 수도 있어

 

예전 네 밴드처럼
노래가 묻힐 수도 있잖아

 

그건 지들이 뭐하는지도 모르는
바보였으니까 그랬지

 

하나만 물어보자

 

좋아하는 음악이

 

포크나 클래식
재즈, 팝 중에 뭐야?

 

팝이야

 

그렇다면
드럼이랑 베이스가 있어야지

 

딴 사람 들어오는 건
싫어

 

우리끼리도
할 수 있잖아

 

우리야 당연히
잘하겠지만 말야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네 목소리가 듣고 싶다면

 

그룹이 있어야지

 

갑자기
생각난 건데

 

드럼이나 베이스나
필요한 사람들을 구할 때

 

우리가 밴드라는 얘기부터
하는 거야

 

얘기해보고
하든가 말든가 결정하는 거지

 

아마추어처럼 보일 텐데
그게 과연 먹힐까?

 

무슨 상관이야
너 말곤 아무도 몰라

 

노래도 네가 만들고
넌 우리 리더야

 

뭘 하면 되는데?

 

광고해야지

 

전단은 제임스가 잘 만들어
이번엔 안 가로챌게

 

남자 기타리스트가
밴드 멤버 구함

 

해줄 수 있지, 친구?

 

우선 비부터 피하자

 

거식증환자 후원

 

사랑 / 증오

 

가을빛 음반 프로젝트
연주자 구함

 

일하러 가야 하니까
어떻게 됐는지 알려줘

 

도망 안 갈테니
좀 앉아요

 

- 여기서 뭐하는 거야?
- 아무것도 아니야

 

꼬리가 엄청 긴데?

 

쉿, 들어봐요

 

할 말이 있다니까
입 좀 다물어봐요

 

밴드에 들어가려면
뭐라는지 들어봐야죠

 

잘생겼네

 

우리가
찾는 사람은요...

 

대학교에 어떤 밴드가
리허설 하는 곳이 있는데

 

장비도
빌릴 수 있어

 

그 밴드에 쌍둥이가 있는데
둘 다 끝내줘

 

너 괜찮아?

 

응, 괜찮아

 

우리 진짜
이거 하는 거야?

 

이브, 오빠 왔다

 

너 오빠 없잖아

 

왔어?

 

잠깐만

 

걔랑 무슨 문제 있어?

 

- 알프스 멍청이
- 스위스 바보

 

겉멋든 호색한

 

호색한이 뭐야?

 

막 껄떡대는 사람

 

- 너랑 하려고 했어?
- 그러려고 했지

 

그냥 놔뒀어?

 

마음의 준비는 했어

 

최면에 걸린 것처럼
내 가슴에 넘어왔어

 

보통 다 그래?

 

절대 아닐걸

 

여기가 막 울렁거려

 

그런 게 좋기도 해

 

세상에 나설
준비도 된 거 같고

 

다 드러내고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

 

어떻게 들어왔어?

 

넌 우리 손바닥 안이야
방 열쇠 좀 줘

 

내 방에서 뭐하려고?

 

새 노래 만들 건데
기타랑 키보드 좀 쓸게

 

- 대신 물건은 뒤지지마
- 걱정을 마셔

 

- 저녁도 만들어줄지 몰라
- 어떤 노랜데?

 

- 오스몬드나 데이빗 보위 느낌
- 보위는 안돼

 

나 보위 좋아해
맨날 보위만 듣는다고

 

누가 뭐래?

 

그 또래 여자애들은
다 거쳐가는 순서지

 

- 괜찮아, 그럴 만해
- 그게 무슨 소리야?

 

노래 듣고
눈물 흘려본 적이 없어

 

보위가
꽤나 실망하겠네

 

음악으로 감동을 준다는 건
중요하다고

 

좋아요

 

제임스
기타 좀 쳐줄래?

 

하나, 둘, 셋, 넷

 

월요일 밤이 오면
힘든 하루가 끝이 나지

 

화요일 아침이 오면
별볼일 없는 날들

 

무료함은 뒤로, 지루함은 멀리
아침 기도를 읊조려

 

응원의 노래를 불러

 

집으로 오는 머나먼 길
노래를 불러

 

월요일 밤이 오면
신의 은총을

 

종이를 찾아 술래잡기하는
수많은 남자들

 

바라는 게 많으면
단 하나에도 닿질 못하지

 

내가 바라던
그 어떤 것도

 

내가 바라던
그 어떤 것도

 

월요일 밤이 오면
TV를 끄고

 

고요함에
귀를 기울여

 

멀리서 찾아온 삶을
꼭 붙잡아둘 수 있다면

 

편히 잠들 텐데

 

그대여, 편히 잠들 텐데

 

아마도 곤히 잠들 텐데

 

그대여, 편히 잠들 텐데

 

아마도 곤히 잠들 텐데

 

밴드 이름을
지어야지

 

이름 얘기는
하지 말자

 

왜 하지 마?

 

노래 좀 부른다고
이름 짓는 거 멍청하잖아

 

그럼 '비틀즈'도
멍청해?

 

이름으로 엄청 고민했다면
멍청한 거지

 

넌 생각이 너무 많아서
다 시큰둥한 거야

 

내가 안전요원이잖아

 

같이 일하는 친구가 셋인데
우린 이름 안 붙여

 

- '안전소년들' 어때?
- 그거 괜찮네

 

토요일인데
이름 얘긴 하기 싫다고

 

우리 같은 밴드 한 트럭이
이름 짓느라 난리일걸

 

펑크, 고스, 사이코, 로커...
이런 이름만 수천 개 되겠지

 

이름 만든다고
계속 싸울 거다

 

- 넌 그냥 사람들이 싫은 거야
- 난 사람들 신경 안 써

 

그냥
무식한 애들이 싫어

 

아주 야한 이름으로
짓는 게 좋겠어

 

사람들이 눈치 못 채게
'펄 잼' 같은 걸로

 

- '펄 잼'이 뭔데?
- 남자 정액 같은 거야

 

- 뭐라고?
- 정액이라고

 

'10cc'란 밴드 이름도
그 뜻이지

 

- 그게 뭔데?
- 왜?

 

그 정도 양이
평균이야

 

- 정말?
- 사정할 때 10cc

 

- 누가 재봤는데?
- 과학자들이 했겠지

 

- 과학자들?
- 정액 과학자들

 

밖에 나갈 거야

 

- 누가 나가는데?
- 너랑 나랑

 

- 싫어
- 가자

 

어서

 

저기서 뭐해?

 

강당에서?
난 모르지

 

들어가서 보자

 

음반가게 쌍둥이다

 

저것 봐
무대에서 연주하잖아

 

가서 춤추자

 

저 사람들
여기서 연주하는 거 알았어?

 

 

엉큼하기는

 

캐시한테도 알려주자

 

쌍둥이 얘기도 해주고

 

- 얘가 캡틴이죠?
- 그렇단다

 

잠깐 데려가도 돼요?

 

그럼
여기 너무 오래 있었어

 

캡틴

 

캐시 데려와

 

신사숙녀 여러분
이브 카마이클을 소개합니다

 

흔해 빠진 토요일
멋진 옷을 차려입었네요

 

여신처럼 입고서
8시 반까지 기다려요

 

헤픈 누더기를 걸친 채
10시 반이 되었죠

 

빛과 안개를 바라보는

 

흔들리는 내 눈빛

 

캡틴, 안녕

 

관심을 보여줘요
술 한잔을 졸라야 하나요

 

너무 말이 많아요
너무 다가오지 마세요

 

조금 물러서요

 

그런 눈으로
내 몸을 보지 마세요

 

내게 올 리 없는
꿈의 남자

 

그런 남자는 없어요

 

친구 같은
연인은 없어요

 

도망치듯 나오니
멋진 노래를 부르네요

 

캐시와 춤을 출래요

 

그는 손을
내밀지 않네요

 

그를 지워버리고
자리를 만들죠

 

캐시는 캥거루처럼
미친 듯 춤을 춰요

 

그녀의 남자는
술을 사요

 

생각보다 푹 빠졌죠

 

춤은 멋지고
몸은 상쾌해요

 

우아한 발걸음으로
가을 하늘을 거닐죠

 

여자와 남자는
다투기 마련

 

용기와 맹세를
저버린 나의 연인

 

그런 남자는 없어요

 

힘겨운 나날에는
편안한 친구가 필요해요

 

도망치듯 나오니
멋진 노래를 부르네요

 

캐시와 춤을 출래요

 

그는 손을
내밀지 않네요

 

그를 지워버리고
자리를 만들죠

 

캐시는 캥거루처럼
미친 듯 춤을 춰요

 

이게 좋아요
어찌 보이든 신경 안 써요

 

난 계속 춤출 거예요

 

난 계속 춤출 거예요

 

난 계속 춤을 춰요

 

캐시 남친
어떤 거 같아?

 

꽤 괜찮아 보여

 

곧 잡아먹겠어

 

몇 주 후에
공연하게 해준다고?

 

정말이야
노래도 몇 곡 더 할 거야

 

드디어
우리 공연을 하네

 

근데 나 내일
휴가 가잖아

 

뭐라고?
그런 얘기한 적 없잖아

 

겁나서 말 못 했는데
어쩔 수가 없어

 

가족 여행을 일주일이나 가
끔찍하지

 

- 안녕
- 왔어?

 

이쪽은 제임스랑 캐시고
여긴 안톤이야

 

잠깐 얘기 좀 할까?

 

그러자

 

가볼게

 

저 자식은 누구야?

 

방송국에 전해준
테이프 생각이 나네

 

그게 왜?

 

다시
보내야하나 싶어

 

잘 모르겠지만

 

시간이 꽤 지났으니까

 

더 잘할 수
있을 거 같아

 

안 그래도 돼

 

아는지 모르겠지만
노래가 꽤 순진하더라

 

들어봤어?

 

잠깐 들었어

 

그때 나한테 받고
바로 들어봤나 보네

 

바로 들었지

 

차에
카세트가 있었어?

 

멤버 한 명이
가지고 있거든

 

다 같이 들었어?

 

다 들었지

 

전해주기 전에
들은 거야?

 

안 전해줬어

 

뭐라고?
왜?

 

일단은 쪽 팔렸어

 

무슨 소리야?

 

요즘 누가 테이프를 줘?
심지어 방송국에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전해주랬잖아
받아줬을 거야

 

아닐걸

 

네 입으로도
더 잘할 수 있다며

 

꺼져

 

듣기도 힘들더라

 

기타 쳐줄
사람을 구해

 

제대로 된 장비로
녹음도 하고

 

가사는 우울하고
너무 네 얘기만 하잖아

 

애들 노래 수준밖에
안 된다고

 

비판도
들을 줄 알아야지

 

꺼져버려!

 

어디 가는 거야?

 

교회

 

교회는 왜?

 

꿈자리가 이상해서

 

무슨 꿈이었는데?

 

남의 꿈 얘기처럼
지루한 게 없잖아

 

아냐, 듣고 싶어

 

꿈에서

 

내가 죽었어

 

그동안의 삶을
돌아볼 수 있었지

 

나도 나왔어?

 

안 나왔어

 

인생을 자세히 들여다보라고
돌려보내진 기분이었어

 

그게 무슨 뜻일까?

 

모든 순간은 말야

 

우리 생각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거지

 

그래서
교회에 가는 거야?

 

그 기분을 다시 느낄 수 있을지
가서 보려고

 

따라가도 돼?

 

그냥 혼자 돌아다닐래
이따 보자

 

제임스

 

제임스

 

캐시 델라록스포드입니다

 

삐 소리가 나면
이름과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제임스

 

철저히 혼자인 휴일

 

끔찍한 휴일

 

친구들은 모두 떠났네

 

스쳐 지나가버린 친구들

 

내 손을 놓는다면

 

혼자가 더 나을 거야

 

강가의 공기를 마시지

 

마음을 다독이려
사운드트랙을 고르지

 

위안을 주는 노래

 

내 삶의 노래

 

내가 얼마나 원하는데

 

내 노래를 들어줘

 

편지를 써볼까

 

공부도 학교도 아니라면
뭐든 괜찮아

 

글 속에 담긴
세상으로

 

들어가는 나는
문학소녀

 

단어를 부드럽게
꿰어서

 

널 향한 내 사랑을
한 줄 한 줄 담아내지

 

애드립엔 뛰어나지

 

공부엔 자신 없지

 

낱말과 마침표, 쉼표로
목걸이를 만들어

 

기분을 바꿔
우울함을 날려버릴 거야

 

무용복을 사서
체육관에 갈 거야

 

작년 여름엔
걸쳐보지도 못한 옷

 

몸무게가 많이 줄었어

 

살이 많이 빠졌어

 

다이어트를 했어

 

잔인한 고기는 싫어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깊고 힘든 밤

 

본능이 깨어나는
어쩔 수 없는 밤

 

내 손에 쥐어진
소녀의 전화번호

 

날 취하게 할
약을 가진 전화번호

 

12알을 먹어볼까
한 번 해볼까

 

취해있는 날
곁에 머물게 하겠지

 

오래된
코미디처럼

 

그녀의 품에
파고드네

 

아침까지 깨지 않기를

 

하품이 나오기 시작하네

 

난 해피엔딩을 원해

 

네가 제임스구나?

 

앉으렴

 

이브랑
얼마나 알고 지냈니?

 

여름 시작할
때부터요

 

남자친구니?

 

아뇨
그냥 친구예요

 

- 이브는 어때요?
- 지금은 괜찮아졌단다

 

이브가 전에
여기서 지낸 거 알았니?

 

 

너무 일찍 나갔어

 

아직은 때가 아니랬는데
듣질 않았지

 

자기 병에 대해
말한 적 있니?

 

그런데도 알아챘구나

 

노래를 들어보면 알죠

 

노래라...

 

여기 있는지
어떻게 알았어?

 

내가 데려왔거든

 

이브 알렉산드라 카마이클

 

도대체 왜 그랬어?

 

무슨 소리야?

 

그날 종일
어디 있었어?

 

집에 간댔잖아

 

나 다 얘기 안 해

 

뭐든 말하는
너랑은 다르다고

 

- 갈 테니까 좀 쉬어
- 아냐, 제발 가지마

 

쉴 만큼 쉬었어

 

괜찮은 거야?

 

- 해줄 일 있으면 말해
- 그냥 보러와주면 돼

 

캐시만 괜찮다면
가끔 데려와도 좋고

 

생각대로 안됐지?
그럴 줄 알았어

 

멋진 여름을
보냈겠구나

 

그랬어요

 

이제 준비가 된 거 같은데
대학교 지원해볼래?

 

내 방은 북쪽인데
햇빛은 남쪽을 비추네

 

눈을 뜨자마자
내가 태어난 얘기

 

여자애로 태어나
세상에 왔네

 

뭐가 됐든 좋아

 

세상을 외면한 채
살아온 내 인생

 

구석으로 들어가
손을 놓아버렸네

 

감정을 억누르고
화조차 억누르고

 

우울함이 커져가네

 

갇혀있던 사슬을
풀어버렸어

 

늘 같은 카페와 길거리
늘 같은 주말

 

자유를 사랑하게 됐어

 

주변을 사랑하게 됐어

 

내 방은 북쪽인데
햇빛은 남쪽을 비추네

 

너무도 멀리 있는 네게
닿을 수 있을까

 

그 어떤 누군가에게

 

나는 아무것도
알아채지 못 하겠지

 

창문 밖으로
소리쳐 대답해

 

내 속마음은
전혀 말이 없네

 

내 작은 방에서
날 망친 사람들을 원망하네

 

공원에서 한 시간
소파에서 한 시간

 

날 그냥 가게 둔다면
어쩌지

 

학교 상장은 필요 없어

 

어두운
비밀의 문을 열 거야

 

내 방은 북쪽인데
햇빛은 남쪽을 비추네

 

완벽한 손과 입
그대는 너무 멀리 있네

 

자유를 바꿀 거야
메달을 바꿀 거야

 

꿈에서
깨지 않게 해줘

 

맹세도 필요 없어
드라마도 필요 없어

 

그대의
청바지만을 원해

 

그대의 청바지만을 원해

 

정말
내가 불러도 돼?

 

당연하지

 

난 너처럼 못 해
널 위해 쓴 거야

 

콘서트에서도
이거 부를까?

 

당연히 불러야지

 

난 모르겠다

 

너희 둘이
안 사귀면

 

세상의 모든 영화나
노래는 다 의미 없어

 

그건 우리랑 달라

 

이브가 곡을 만들고
가사를 쓰는 거지

 

자기 얘기인 거잖아

 

이브만의 세계고
이브에게 중요한 거야

 

스탈린 시대도 아닌데
그렇게나 감정을 억누르다니

 

편지 왔다

 

- 안녕
- 안녕

 

- 괜찮은 거야?
- 그럼, 좋아

 

- 여기 와도 되는 거야?
- 병원에서 알고 있어

 

꽤 늦었는데
내보내줬네

 

대학교에 갈까 해

 

런던에 있는
음악학교로

 

어떻게 생각해?

 

내 생각은...

 

왜 가려고?

 

가면 안 돼?

 

학교 다니는 애들보다
네가 훨씬 낫잖아

 

거기 선생들은
네 실력 반도 못 따라갈걸

 

거지 같은 TV에나 나올
음악을 하게 만들겠지

 

어디로든 떠나야 해

 

- 그럴 필요 없어
- 떠나야 된다고

 

알아들어?

 

체계적인 교육도 필요하고
사람들도 만나고 싶어

 

진짜 어른들 말야

 

넌 뭘 할 건데?

 

- 그게 무슨 소리야?
- 뭘 할 거냐고?

 

10년 내내 싫증이나 내면서
자리 지키고 있을래?

 

우리 앨범을 만든다더니
어떻게 만들 건데?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고

 

만들었다 치면
너 말고 누가 들어나 줄까?

 

그게 뭐 어때서?

 

남을 위한
음반은 싫어

 

누가 듣든지 말든지
신경 안 써

 

우리가 원하던 음반이면
그걸로 됐다고

 

난 아니야, 제임스

 

알았지?

 

혼자서 오랫동안
생각해온 거야

 

난 노래하고 춤추고
사람들도 만나고 싶어

 

과거에
매여있기 싫어

 

들어봐

 

너도 좋아하고
캐시도 좋아해

 

내 말은...

 

너랑 캐시를 사랑한다고

 

그 방엔 안 돌아가

 

병원에
안 돌아갈 거야

 

오늘 밤엔 돌아가야지

 

그런 얘기가 아니잖아

 

바지가 젖어서
좀 벗을게

 

고마워

 

무슨 소용이야?

 

뭐?

 

때가 지나버렸어

 

안톤이랑 놀아날 때가
그때였어?

 

아니

 

옷도 이상하게 입고
마음도 엉망이었을 때?

 

아마 그럴걸

 

그땐 별로 안 끌렸어

 

웃기고 있네

 

제임스

 

응?

 

다른 얘기도 있어

 

병원에서 나오기 전
여름이 시작할 때였어

 

머리 잘라주러
어떤 여자가 왔었어

 

내 차례가 됐는데

 

갑자기 말을 걸더니

 

머리를 잘라주면서
사람들을 치유한다는 거야

 

좀 이상한 여자
아냐?

 

그땐 나도 이상했어
기억 안 나?

 

몇 주 전에 안 좋았을 때
그 사람 집에 갔어

 

그래서 또
머리 잘랐어?

 

아니

 

누우라고 하더라

 

마사지 침대가 있었거든

 

담요를 덮어주고는

 

기독교식 치유를
한다더라고

 

예수님을 안 믿어도
괜찮냐고 물었더니

 

그래도
효과가 있을 거래

 

예수님을 안 믿어?

 

남자였다는 건 알아

 

성경을 다 믿어야 할지는
잘 모르겠어

 

어쨌든 눈을 감고
사막을 상상했지

 

낙타가 그려진
크리스마스카드 같은 거 말야

 

그리고 그 여자 손이
예수님 손이라 생각했어

 

도움이 됐냐고?

 

아무 일도 없더라

 

그런데 그때...

 

눈이
안 떠지는 거야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남자가 날 지켜보는 거 같았어

 

무서워서 눈도 못 뜨고
움직일 수도 없었어

 

정말
이상한 순간이었어

 

기회가 왔구나
하는 느낌이 왔어

 

운명이
내 손에 달린 기분

 

나 자신에게
말을 걸었지

 

나아지고 싶다고

 

건강해지고 싶다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
건강해지고 싶다고

 

계속 되뇌었어

 

기도하는 것처럼

 

기분이 좀 나아졌어?

 

며칠이 지나고
엄청 나빠지기 시작했어

 

자다가 가위에 눌리고
너무 무서웠지

 

지금은 어떤데?

 

느낌이

 

좀 달라

 

내 속을 모두
깨끗하게 씻어준 것 같아

 

공연할 수 있겠어?

 

 

할 거야

 

캐시한테는

 

떠난다고
아직 얘기하지 마

 

알았어

 

비닐에 두껍게 싸인
물건이 왔죠

 

- 열어봤더니 뭐가 있었게요?
-카세트 테이프였어요

 

지구 상의
마지막 테이프였죠

 

구형차 플레이어를 찾아
어찌나 돌아다녔던지요

 

결국 남의 차에 쳐들어가서
경찰에 잡혀갔죠

 

노래는 겨우 들었지만
아이브록스는 못 갑니다

 

밴드 '갓 헬프 더 걸'
공연이 열리는 곳이죠

 

우리 걱정은 마시고
멋진 공연 하세요

 

하나, 둘, 셋, 넷

 

복잡한 내 머리는 갈색이 아니죠
어둡고 탁한 금발이죠

 

내 집은
한 그루 나무

 

침대에 누워
바라봐요

 

저 멀리 걸린 달을 보고
빗소리를 들어요

 

요조숙녀 같은 내 목소리는
너무나 조용해요

 

그녀의 목소리는
멋져요

 

모두 좋아하는
예쁜 얼굴

 

책에서 나온 듯
고운 말투

 

나만의 목소리
나만의 말투로 얘길 하죠

 

그대가 내 친구이기를
내 느낌대로 얘기할래요

 

바보처럼
부서지는 진실

 

우리의 키스를 잊어가는 나
당신도 그렇겠죠

 

나이 드는 게 서글퍼지면
그때를 떠올리죠

 

울고 나면
힘이 나던 그때

 

도시는 메말라가고

 

나는 부서져가죠

 

끝없는 터널과 땅속으로
부서져버리죠

 

책은 늘 내 곁에
음식은 늘 저 멀리에

 

의사는 내게 말하죠

 

책을
먹고 살 순 없다고

 

그만 나를
용서하라고

 

먹으라고

 

거리엔 가을이 빠르게 물들고
마법 같은 풍경은 빠르게 퍼지죠

 

방 안에 갇힌

 

내게 자유란 없었죠

 

몸은 갇혀있지만
영혼은 나의 것

 

깨어있는 내 영혼은
당신을 원했죠

 

몸을 떨며 선 채로

 

그 순간을 기다렸죠

 

하지만 그는 오지 않고
그녀는 너무 아이 같죠

 

당신을 원했죠

 

제임스에게

 

바래다줄 테니까
잠깐만 기다려

 

이브가 했던 얘기들은
거의 맞는 말이다

 

난 너무 고집스럽고
비판만 늘어놓고

 

안락함만 추구한다고
생각하겠지

 

근데 그게 나쁜가?

 

그것도
하나의 욕망인데

 

그저 소소한 행복을
바라는 것 뿐이다

 

아무런 도전도 없이
단조롭게 사니까 그렇지

 

이거 왜 이러시나

 

여름내 기다렸던 내 얘긴데
왜 끼어들어?

 

알았어, 미안

 

앨범 제작은
내 꿈이었다

 

팝 역사에 작게나마
이름을 남겨보길 꿈꿨다

 

가당찮게 들리겠지

 

어쩌라고?
이건 내 꿈이야

 

뭐라도 하나
해보고 싶었지만

 

이브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냥 꿈일 줄 알았다

 

결코 못 이룰 꿈

 

좀 발칙한 얘기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이브는 내 구세주다

 

이브의 재능을 키우기에
난 많이 부족했겠지

 

그래도 앨범 만드는 건
도와줄 수 있었다

 

노래 부르는 걸
들어주고

 

기타도 멋지게
쳐줬겠지

 

음반 재킷도 디자인해주고
광고도 뿌려주고

 

봉투 붙이기까지
뭐든 다해줬을 거다

 

이브는 앞으로도
더 빛나겠지만

 

내 생각엔

 

빛나는 순간은 이미
이번 여름에 맞이했다

 

찬란했던 이 여름은
어디에서 왔을까?

 

그 순간을 위해
우린 거기 있었다

 

가능성은 끝이 없었다

 

이제 내 자리로
돌아가야겠다

 

이브는 기차를 타고
자유롭게 성장하겠지

 

캐시는 무슨 일이냐며
잠깐 어리둥절하다가

 

밝고 불평 많은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겠지

 

나도 내 방으로
돌아가야겠다

 

기차 탔어?

 

 

태워줄까?

 

좋아

 

에밀리 브라우닝

 

올리 알렉산더

 

한나 머레이

 

각본/감독
스튜어트 머독

 

번역 : PSJ

 

vod2smi : Hoony™